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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끝장 내자 노동조합
| | 노동조합 | 조회수 673

이젠 끝장 내자    
    
죽음 앞에서,    
끝내 선택하고 싶지 않던 마지막 순간에 그는,    
과연 무엇을 생각했을까    
가난한 샛방살이나마 옹기 종기 모여 살던 가족들의 얼굴을 생각했을까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더라도 인간답게 살고 싶어 함께 노동조합을 만들었던    
동료들을 생각했을까    
두괴골이 함몰되어 급기야 죽음에 이르렀던 자신의 동료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이 떠올랐을까    
아무도 모를 일이다.    
다만 우리는 그의 죽음앞에서 그가 선택한 마지막 순간을 생각하며    
기껏 눈물 한방울 목메인 구호 한마디 외칠 뿐이다    
자신을 버리고 청계피복 어린 여공들의 희망으로 다가서기 위해    
한 시대를 불꽃으로 살랐던    
그래서 지금도 우리 가슴에 살아 있는 그 한사람도    
그의 죽음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을 것이다    
기껏 왜 그렇게 허망하게 죽었냐며 슬픈 하늘을 보여줄 뿐일것이다    
무수히 이어지는 죽음의 행렬 앞에서    
무수히 일어나는 분노의 함성을 우리는 내지르지만 결국,    
지도부의 선택은 알량한 협상과 타협뿐이었다    
    
이젠 정말 끝장내자    
손배 가압류로 통곡하는 조합원들의 가슴에 더이상 타협으로 대못을 박지 말자    
노동귀족 집단이기주의를 떠들어 대는 정권에 협상을 구걸하지 말자    
담대하게 어깨를 걸고    
대담하게 꽃병을 들어    
당당하게 저 자본의 심장을 향해 정면돌파 하자    
그의 죽음은 우리의 죽음이다    
우리의 죽음은 세상의 종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