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노동조건 후퇴한다면 노동시간단축은 아무 의미 없다
… 노사정 밀실야합, 노동조건 후퇴시키는 악의 축인가?
우리 연맹은 노사정 야합으로 주 5일 근무제 도입이 강행되고 있는 현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노동자들이 수년에 걸쳐 주40시간 주5일을 토대로 하는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해 온 것은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IMF 이후 극복되고 있지 않은 실업률을 낮추고, 노동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합의대안은 본질적 의미는 외면 한 채 오히려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는 기도를 노골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이른 바 밀실 야합으로 논의되고 있는 합의대안은 주5일 근무제를 빌미로 휴일휴가 축소, 탄력적 근로제 확대, 생리휴가와 주휴 무급화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한 노동법 개악이며 특히나 현재도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중소영세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지금보다 더 더욱 근로조건을 후퇴시키는 만행이 될 것입니다.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그렇겠지만 서비스산업에서 일하고 있는 민간서비스 노동자들에게 노동조건 후퇴를 통한 노동시간 단축은 오히려 하지 아니한만 못한 심각한 사태를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서비스 노동자들은 현재도 장시간의, 생체리듬이 파괴된 불규칙한 노동을 하고 있으며 임금 중 불규칙 노동을 통한 변동임금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성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숙박음식업 비정규직 비율 93.5%, 서비스판매 근로자의 비정규직 비율 84.4%)도 타산업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심각하게 높은 현실에서 소위 합의대안의 내용처럼 탄력적 근로제가 현행 1개월 단위에서 6개월, 1년 단위로 확대되고, 각종의 휴가가 무급화된다면, 실제 노동시간 단축은 물건너이고, 임금삭감과 노동강도 강화, 노동시간 불규칙성 증대, 비정규직의 증가를 불러와 서비스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게 될 것입니다.
정부는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를 통해 노동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평균 2.8% 인상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완전 도입과 그로 인한 임금삭감 등을 고려하지 않은 허위 주장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런데도 마치 합의대안의 내용으로 노동시간단축이 추진되어도 무방한 것처럼 문제점을 은폐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와 충분한 논의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논의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서 민주노총이 조직적으로 혼란한 틈을 이용, 밀실야합을 통해 노동법을 개악시키겠다는 기도로밖에는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지 않습니까?
정부, 재계, 한국노총이 밀실야합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역사는 이 밀실야합을 노동조건 후퇴의 악의 축으로 두고 두고 기억할 것입니다. 우리 연맹은 정부와 재계, 한국노총이 밀실야합을 중단하고 노동법 개악없는 주5일 근무제 도입에 주력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 희생없는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될 수 있도록 할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 서비스 연맹은 노동조건 개악없는 주5일제 근무 쟁취를 위해 임단협 시기 집중을 통해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고, 민주노총의 총력투쟁에 온 힘을 모아 함께 할 것임을 밝히는 바입니다.
2002년 4월 16일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