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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DJ는 왜 단병호 위원장을 안만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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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만나는 DJ,
단병호 위원장 왜 안 만나려는 겁니까
- 민주노총 전면탄압 중단이 핵심문제입니다

1. 이번 파업은 더도 아니고 덜 아니고 노동탄압에 대한 강력한 저항입니다. 단병호 한 사람에 대한 검거령 해제 문제도 아니고 민주노총에 대한 전면탄압 문제입니다. 가정을 파탄 낼 부부구속은 피하는 법이거늘, 정부는 민주노총이라는 조직의 부부라 할 단병호 위원장 - 사무총장을 동시에 현상금 500만원에 계급특진을 건 검거령을 때리고, 신언직 조직실장을 구속한 데 이어 신현훈 대협실장에게도 똑같은 돈과 계급특진을 걸었습니다. 김태연 사무차장, 황명진 조직국장, 손낙구 교선실장에게도 출두 요구서를 한 차례에서 많게는 네 차례까지 보낸 상태입니다.
95년 민주노총 창립 이후 정권이 부부구속과 같은 위원장-총장 동시 검거령을 때린 적이 없고, 더구나 자식들까지 잡아넣겠다는 집행부서 책임자 검거령과 구속을 자행한 적이 없습니다. 초대 권영길 위원장 때 권위원장만 잠시 옥살이를 했을 뿐이지 권용목 총장까지 가두지는 않았습니다. 이갑용 위원장 시절에도 고영주 총장이 몇 달 옥살이를 했지 위원장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집회를 주도하는 업무라 구속를 피하기 어려운 조직부서 책임자가 권영길 위원장 시절에 이상현 당시 조직국장, 이갑용 위원장 시절에 당시 조희만 조직실장이 옥살이를 했을 뿐 다른 집행부서 책임자를 이번처럼 싹쓸이하듯 잡아 가두지는 않았습니다.

2. 연맹과 지역, 단위노조는 더 심각합니다. 공공연맹 양경규 위원장이 이미 체포영장이 떨어졌고 차수련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에게 소환장이 나왔고, 금속산업연맹 문성현 위원장도 오늘내일 인 듯 합니다. 서울본부, 광주전남본부, 충북본부 간부들이 잇따라 검거선풍에 휘말려 구속됐습니다. 대우자동차 투쟁 관련 34명, 효성 투쟁과 관련 29명, 한통계약직 9명, 레미콘 9명 등 올해 들어서만 158명이 잡혀갔고 아직도 101명이 감옥에 있고 70여명이 검거망을 피해 쫓기고 있습니다. 이 어머어마한 탄압은 민주노총 조직의 와해를 노리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리해고 중심의 구조조정에 저항하고, 월차생리휴가 폐지, 변형근로제 확대, 철도 등 공기업 민영화에 반대하는 민주노총의 와해를 노리고 있습니다.

3. 민주노총은 오늘 다른 성명서에서 부당노동행위 사업주를 구속현황을 공개해달라고 노동부에 공식 요청했습니다만, 민주노총이 파악하기로는 올해 정부가 부당노동행위 사용주를 구속한 일은 단 한차례도 없습니다.
한 가지 더 묻겠습니다. 민주노총이 과격시위를 되풀이해 지도부에게 검거령을 내린다고 하는 데, 지난 4월10일 대우차 노조원 100여명을 짐승 다루듯 폭력진압한 경찰 관계자 가운데 구속된 사람이 몇 명입니까? 이 끔찍한 살인폭력을 저지른 데 대해 책임을 지고 경찰 지휘부 가운데 처벌을 받은 사람 누가 있습니까? 파업으로 치면 지난 해 의사파업 만큼 심각한 일이 없었습니다. 의사 몇 명을 구속했습니까? 노동자처럼 6개월만에 158명씩 구속했습니까?

4. 왜 이렇게 정부가 민주노총을 강경탄압하는 지에 대해 민주노총의 견해를 몇 차례 걸쳐 밝힌 바 있습니다. 정부 내 일부세력이 기획한 통치권 과시용 대선정국 돌파용 탄압이자, 재계와 외국자본에게 대선자금 등 정권재창출 지원을 얻으려 그들이 요구하는 월차생리휴가 폐지·변형근로제 확대·비정규직 확대·구조조정 과정 정리해고 요건 완화 등을 확실히 하기 위해 이에 저항하는 민주노총을 사전에 탄압하는 것이며, 아울러 철도노조 민주화 등 노동계 전체가 민주노총 중심으로 나아가는 데 대한 차단용이라는 것이었습니다.

5. 하지만 그 의도가 어디에 있든 민주노총과 정부가 정면대결하는 노정 대치국면은 서로에게나 사회에 많은 상처를 남기게 돼있습니다. 그리고 이 대결의 원인이 정부의 강경탄압에 있기 때문에 해법 또한 강경탄압을 중단하는 쪽에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단병호 위원장의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던 것입니다. 검거선풍 1호에 해당하는 단위원장의 검거령을 풀어 자연스럽게 대치국면을 대화국면으로 바꾸고, 이 자리에서 여러 가지 노동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실질대화를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일주일에 걸친 내부 논의 끝에 민주노총의 실질대화 요구를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6. 우리는 궁금합니다. 왜 김대중 대통령은 문제를 풀기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서슴없이 만나면서 한사코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만은 굳이 만나지 않으려는 것인지. 넉 달 째 수출이 안 되는 데 또 파업이냐며 다 잡아넣겠다 하기 전에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는 왜 거부하는 겁니까? 물론 정부에게도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을 줄 압니다. 현행 법 문제도 있고, 재계나 수구보수 세력의 따가운 눈초리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풀 수 있는 길은 이 길 밖에 없습니다. 계속 노정 대치국면으로 가서 치러야 하는 대가와 비교해봤을 때는, 이 길은 매우 합리적이고 서로를 위해 꼭 필요한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단병호 위원장의 김대중 대통령 면담을 한사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무성의한 것으로 밖에는 느낄 수 없는 것입니다.

7. 민주노총 핵심세력을 격리시켜 민주노총이 신노사문화가 통하는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무모하고 위험천만한 기획탄압을 누가 짰는지는 모르지만 참으로 이후 노정관계에 엄청난 후유증을 남길 일입니다. 물론 성공 가능성은 전무합니다. 정부는 이 공작 냄새 짙은 탄압을 성사시키려 단병호 위원장 검거에 그토록 열을 올리다 실패했지만, 설사 단병호 위원장을 검거했다 하더라도 민주노총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조직이 아닙니다. 더구나 변화무쌍한 역동성을 머금은 권력교체기에 이 무슨 불장난입니까? 서둘러 중단하십시오. 성 내지 말고 대화로 풉시다. 김대중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