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심장부서 사상초유 동시다발 테러 발생
전문가 배후로 빈 라덴 지목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 뉴욕, 펜실베이니아 등에서 동시 다발 테러가 자행돼 수천명이 사망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테러범들은 아메리칸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 등의 소속 여객기 8대를 공중납치해 일련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오전 9시(이하 현지시간)를 전후해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쌍둥이건물에 각각 2대의 납치된 비행기가 충돌해 화재가 발생했으며, 이들 두 건물은 1시간이 지나 30여분 간격으로 2차 폭발이 이어지면서 완전히 붕괴됐다.
또 워싱턴 소재 국방부 건물과 백악관 서쪽 인근에서는 비행기가 헬기와 충돌했으며, 국무부 건물앞에서는 폭탄을 실은 차량이 폭발했다.
이와 함께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인근에서도 유나이티드항공 소속 비행기 1대가 추락했으나, 나머지 4대의 행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아 추가 테러가 우려되고 있다.
다행히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입주한 한국 업체들은 아직까지는 인명 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는 테러가 발생한 직후 백악관과 국방부, 국무부 등 주요 정부청사와 의사당, 유엔본부 등에 긴급 대피령을 발동하고 직원들을 전원 대피시켰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 사건을 명백한 테러로 규정하고 철저한 조사와 응징을 다짐했다.
부시 대통령은 국가안보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미 전문가는 이번 동시다발 테러의 배후로 오사마 빈 라덴을 거론했다.
◇ 뉴욕 = 이날 오전 8시48분께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 가운데 북쪽건물상층부에 비행기 1대가 충돌했다.
이어 18분 후에는 남쪽 건물에도 비행기 1대가 날아와 충돌하면서 큰 폭발이 발생했으며 이 건물은 1시간쯤 후에 완전히 붕괴했다.
남쪽 건물이 붕괴된지 30여분만에 북쪽 건물도 폭발이 이어지면서 무너져 내렸다.
미 언론은 쌍둥이빌딩들과 충돌한 비행기들이 아메리칸항공 소속 B757과 B767기라고 보도하면서, 모두 공중납치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메리칸항공도 이날 여객기 2대의 실종 사실을 확인하면서 이들 비행기에 모두156명이 탑승하고 있었다고 확인했다.
아메리칸항공측은 B767기는 보스턴발 로스앤젤레스행으로 승객 81명과 승무원 9명, 조종사 2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워싱턴발 덜레스행 B757기는 승객 58명과 조종사 2명, 승무원 4명이 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언론은 이 사건으로 수천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보도했으나, 사건 발생 시간이 아침 출근 시간대여서 희생자는 훨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무역센터에는 무려 5만여명이 상시 근무하고 있고, 하루에 15만여명이 출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목격자들은 충돌한 비행기들이 "고의로 건물들을 향해 돌진한 것 같았다"고 말했으며, CNN의 션 머타 부사장은 "비행기가 낮은 고도에서 접근해 아슬아슬한 각도로 들이받은 것 같았다"고 전했다.
◇ 워싱턴 = 세계무역센터 비행기 충돌사건이 발생한지 30여분만에 워싱턴 국방부 건물과 백악관 서쪽 인근의 헬기장에 비행기 1대가 떨어지면서 헬기 1대와 충돌,헬기가 폭발했다.
충돌 직후 이 비행기의 후미는 국방부 건물 서편 한 쪽을 뚫고 들어가 폭발하면서 불이 났다.
언론은 이 사건으로 7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국무부 건물 앞에서도 2차례의 차량 폭탄테러가 발생했으나 직원들이 대피한 상태에서 일어난 것인지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또 국회의사당과 링컨기념관에 이르는 국립광장에도 폭발로 보이는 불이 나면서 관청가 일대에 대한 대피령이 내려졌다.
◇ 펜실베이니아 = 유나이티드항공은 뉴어크발 샌프란시스코행 여객기가 피츠버그 인근에서 추락했다고 확인했다.
피츠버그의 WPXI-TV는 공항관리들의 말을 인용, 대형 여객기가 제너스타운 동쪽13㎞ 지점에 추락했으나 사상자수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현재 운행중인 보스턴발 로스앤젤레스행 여객기 1대도 행방을알 수 없다면서 납치 또는 추락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미 정부 대처 =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플로리다 사라토사 소재 초등학교에서 교육개혁에 대한 연설 도중 이 긴급사태를 보고받고 긴급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한 후, 위싱턴 귀환길에 올랐다.
부시 대통령은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으로부터 사건을 보고받은 직후 전국에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미국을 겨냥한 테러가 분명하다"고 규정짓고 관련기관에 사고경위와 테러에 대한 전면 조사에 즉각 착수토록 지시하면서 응징을 다짐했다.
미 당국은 주요 관청 외에도 국회의사당과 유엔본부, 뉴욕 월스트리트, 미국 최대 빌딩인 시카고 시어스타워 등 전국 주요 도시 건물에 소개령을 내렸으며, 뉴욕증시의 주식거래도 무기한 폐장하는 등 긴급 안보태세에 돌입했다.
연방항공청(FAA)은 미국 전역에 있는 공항을 폐쇄, 항공기 이착륙을 금지했으며 뉴욕 및 워싱턴행 비행기는 캐나다 공항으로 착륙을 유도했다.
논평가들은 이날 테러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참전을 촉발한 일본의 진주만 폭격에 비유했으며, 일각에서는 남북전쟁 이후 최대의 국가재난이라고 평가했다.
◇ 테러 배후 = 미국 전문가들은 이전에 미국 시설물에 대한 폭탄테러를 사주한 것으로 알려진 빈 라덴이 이번 테러도 주도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영국의 한 전문가도 사우디아라비아 백만장자 출신으로 지난 1998년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미 대사관 연쇄 폭탄테러의 배후로 지목받아온 빈 라덴을 거론했다.
미국의 추적을 피해 텔레반이 장악중인 아프가니스탄에서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빈 라덴은 현대판 이슬람 십자군으로 자임하면서 미국을 공격 목표로 삼겠다는 위협을 공개적으로 해왔다.
◇ 교민 및 상사원 상황 = 세계무역센터에는 LG증권, LG화재, 현대증권, 동원증권 등 한국 증권사들의 뉴욕지사가 입주해 있으나, 다행히 아직까지는 상사원들이 대부분 사건 발생 후 안전히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회사 직원과의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LG증권 목석균 지사장 가족들은 사건 직후 목 지사장과 통화한 결과 "직원들과 안전하게 대피했으니 안심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세계무역센터 78층에 있는 현대증권 미국법인도 주익수 사장을 비롯한 전 직원이 무사히 대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무역센터 입주기업 직원들은 1차 비행기 충돌사건이 발생한 이후 1시간여가 지나서 건물들이 붕괴됐기 때문에 대피할 시간이 있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한항공 소속 여객기 1대는 워싱턴 덜레스국제공항에 착륙 예정이었으나 미니애폴리스로 착륙지를 긴급 변경했고, 뉴욕행 아시아나 항공편도 캐나다로 항로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과 워싱턴 교민들은 우리나라와 통화가 되지 않아 발을 동동 굴렀으며 서울에서 안부전화를 묻는 친지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워싱턴.뉴욕=연합뉴스) 특별취재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