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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사설] 현대차 불법파견’ 정부 의지가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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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45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데도 경영진이 대화에 나서기는커녕 집단해고와 손해배상 소송으로 되레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현대차 경영진은 비정규직 농성의 적법성을 거론하지만, 이는 사태의 선후관계에 대한 명백한 왜곡이다. 비정규직이 농성에 들어간 결정적 이유가 바로 현대차의 불법파견에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도 판정했듯이, 현대차에서 일하는 9천여 노동자들이 현재 불법파견 상태다. 문제는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정부가 사용자 쪽의 불법에 대해서는 솜방망이로 일관한다는 데 있다. 노동부는 불법파견의 판정만 내린 채, 개선해 보려는 아무런 의지도 없이 당사자들에게 맡겨두고 있다. 물론, 모든 책임을 노동부에 돌릴 수는 없을 터이다. 노동부 당국자도 ‘답답하다’는 말을 흘리고 있다. 노동부가 경영진이 제출한 ‘완전 도급화 개선계획’을 두고 부실하다며 경찰에 고발한 것도 사실이기에, 할 만큼 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분석은 전혀 다르다. 비슷한 문제를 지닌 금호타이어에는 노동부가 개선계획 제출 요구에서 더 나아가 불법파견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차를 경찰에 고발한 뒤 모르쇠하고 있는 것은 다분히 ‘면피용’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경찰이 조사 중’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현대차 경영진은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의 노동정책이 ‘경찰 소관’인가 하는 의문마저 들게 한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그나마 희망은 정규직 노조가 꾸준히 연대투쟁을 벌이고 있는 점이다. 반면에 경영진은 ‘농성장 단전·단수’나 비정규직 노조위원장을 강제로 공장 밖으로 끌어내 경찰에 넘기는 데서 나타나듯이, 감정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런데도 노동부가 ‘할일’이 없다면, 왜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동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2005.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