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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불법행동 우리 직원 고용 불안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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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관련 원-하청 ‘이간질’ 의도 유인물 배포 ‘물의’
  
1만명 이상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불법파견으로 사용한 것이 밝혀진 현대자동차가 이번에는 “하청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현대차)직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초래한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공장에 대량 배포해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가장 민감한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를 건드리는 등 원-하청 노동자들 간의 반목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역력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함께 가는 길’ 이란 제목의 이 유인물<사진>은 불법파견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위원장 안기호)가 전면파업에 돌입한 지 만 하루만인 지난 19일 점심시간에 울산공장 식당을 중심으로 약 4만부 이상이 배포됐다.

유인물은 “하청노조(비정규직노조)에서 현대자동차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잔업과 특근 거부라는 ‘불법행동’을 계획하고 있다. 실제로 5공장의 경우 하청 직원들의 불법행동(전면파업)으로 인해 지난 15일 1시간 동안 라인이 정지됐고, 18일에도 이들의 작업거부로 주간근무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며 “이처럼 직영(현대차 정규직)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하청 직원들의 작업거부로 인해 조업이 중단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되고, 이로 인해 직영 직원들의 피해까지 초래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대차는 “직원 여러분! 위장취업한 하청노동자들이 비정규직노조 깃발을 치켜세우며 우리 회사의 안정을 위협해 오고 있는 것입니다. 과연 이들에게 우리 회사의 미래와 직영 여러분들의 고용이 안중에나 있겠습니까? 우리 회사를 어디로 내몰려고 하는지 의문스럽습니다”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또한 현대차 사내하청 직원은 비정규직이 아니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도 펼쳤다.

현대차는 “우리 사내하청의 근로조건은 열악한 비정규직이 분명히 아니며 ‘하청업체의 정규직’이다. 또한 이들의 처우는 현대차 직영임금의 기본급 대비 80% 이상이며, 중견기업 수준인 1차 협력업체의 급여보다 높은 수준이다”며 “당사 사내하청 업체에 입사하기 위해 수많은 구직자들이 줄을 서고 있는 사실은 직원 여러분들이 더 잘 알고 있지 않냐”고 주장했다.

이같은 사측의 주장은, 현대차가 기업 경쟁력 악화 등을 이유로 불법파견 개선의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유인물은 “‘하청직원 문제; 현실에 맞는 해결 방법으로 풀어야”라는 제목으로 불법파견에 대한 현대차의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는 유인물에서 “최근 GM, 포드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자동차 기업들도 고용조정을 통해 생존을 도모하려 할 만큼 세계적인 경기악화에 시달리고 있다”며 “사내 도급하청 직원의 정규직화 요구와 이를 위한 불법행동은 자칫 우리 직원들의 고용을 불안케 함은 물론, 회사 경쟁력 약화만 초래하게 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현대차는 이어 “불법파견 판정에 대해서는 노동조합(현대자동차노조)과 성실히 협의해 시정해 나가겠지만 금번 노동부 판정은 경총의 주장대로 자동차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판정이며, 현대차뿐만 아니라 전 산업에 파급효과를 미쳐 경제는 물론 노사관계에도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현대차는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법안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아닌 처우개선이 근본 목적임을 주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유인물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정규직노조의 파업에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들이 동참할 것을 우려해 배포한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노조의 파업이 본격화된 지난 18일부터 현대차노조 대의원, 소위원들이 나서서 대체인력 투입을 막는 등 현장의 ‘공조’ 분위기가 상승 중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일 오전 10시께 3공장에서는 한 정규직 대의원이 “내가 책임지겠다”며 일하러 나온 하청노동자들까지 설득해 파업에 동참하도록 했다. 또한 5공장에서는 도장부 여성 하청노동자들이 대체인력을 직접 현장에서 끌어내는 등 파업 수위도 올라가고 있는 분위기다.

현대차비정규직노조는 “유인물 배포 후 오히려 하청노동자들은 더욱 파업에 동참하고 있고 정규직 조합원들도 ‘회사측 의도를 이제야 알았다’며 더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현대차의 이 같은 ‘이간질’은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1만명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으로 사용하고도, 그 노동자들의 파업을 ‘불법’이라고 몰아세우는 현대차의 변명은 더욱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김경란 기자  eggs95@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