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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차 하청 노동자들의 ‘값진 공동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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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업체 첫 공동교섭…재하청 노동자 직접고용, 위장폐업 철회 성과

대우차 군산공장의 작은 부품업체 노조들이 2차례에 걸친 파업 끝에 하청노동자 정규직 전환과 위장폐업 의혹이 있는 사업장 노동자의 고용승계까지 확보한 것이 11일 뒤늦게 알려졌다.

특히 각 하청업체 노조들이 지난 7월 산별노조로 전환한 뒤 처음으로 가진 공동교섭에서 중소영세사업장이라는 한계를 딛고 거둔 성과여서 이후 부품 협력업체들의 임단협 교섭에 일종의 ‘모범 답안’을 제시해주고 있다는 평가다.

첫 번째 반란, 재하청노동자 44명 직접고용

대우차 군산공장의 사외하청(부품제조)업체 한국FCS, 일성테크, 한국펠저 3곳과 사내하청업체인 크리에이티브 1곳(신생) 등 4개 분회 140명의 하청노동자로 조직된 금속노조 군산지역금속지회는 지난 5월부터 대우차 3개 하청회사가 임금인상, 근골격계 예방대책 마련 등 공동요구를 내걸고 처음 공동교섭을 진행했다.

그런데 교섭기간 중에 일성테크 하청노동자들이 노조를 찾아와 가입의사를 밝혀왔다. 하청업체인 일성테크의 하청노동자는 소사장들에게 고용된 재하청노동자들. 일성테크분회는 무분별하게 재하청노동자들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2003년 단체협약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비율을 7:3으로 맞춘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그러나 암암리에 소사장에 고용된 재하청 인원이 30% 이상을 넘어서자 노조는 노사합의 사항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자 회사는 “단협 이행을 위해 현재 있는 하청노동자 16명을 감원하겠다”고 나왔고 이에 고용불안을 느낀 하청노동자들이 노조를 찾아온 것이다.

강정동 금속노조 군산지역금속지회장은 “처음에는 임단협 교섭도 바쁜데 공동교섭 요구사항도 아닌 비정규직 문제까지 불거져 부담이 없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회사 쪽이 단협사항을 이유로 계속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것을 간과할 수는 없어 핵심 관심사로 부각시켰다. 한 달 동안 노조 간부들이 현장을 돌면서 사내하청 전원(44명)을 노조에 가입시키면서 이제 비정규직 사안이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고 말했다.

노조는 곧바로 공동교섭과 별개로 일성테크분회 별도교섭을 요구해 44명의 직접고용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이를 주요 요구안으로 일성테크분회뿐 아니라 3개 분회 모두가 공동으로 7월12~19일, 2~4시간 부분파업을 했다. 결국 회사는 7월19일 공동교섭에서 “일성테크 비정규직을 9월1일부터 직접 고용하겠다”고 확답했다.

두 번째 반란, ‘위장폐업’ 의혹에 2차 공동파업

공동교섭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될 쯤 이번에는 한국FCS가 폐업을 공고해 한국FCS 조합원 14명이 해고될 처지에 놓였다. 지회는 이 업체를 인수하려던 업체와 교섭을 진행했지만 인수가 무산되고 말았다.

지부는 이들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7월26~28일까지 2차 파업에 들어갔다. 다른 2개 분회의 현안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었기 때문에 2차 파업이 가능할지 노조 지도부조차 확신할 수 없었지만 3개 사업장 모두 90%가 2차 파업에 찬성했고 전원이 파업에 동참했다. 특히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된 일성테크분회의 하청노동자들도 2차 파업까지 동참하면서 정규직의 연대에 보답했다. 3개 분회의 3일간의 공동파업 끝에 대우차 라인이 정지될 위기에 처하자 28일 밤 역시 새 인수업체가 나타나 고용노조·임단협 모두를 승계하기로 합의했다.

강 지회장은 “어차피 우리 분회들은 대우차 원청에 소속된 같은 부품사들이기 때문에 다른 업체의 일이 곧 우리에게 닥칠 일이라는 생각으로 공동 임단협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위협을 느낀 대우차 원청의 개입 하에 진행된 위장폐업 의혹이 짙었다. 그래서 거의 합의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재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런 연대의식을 조합원들도 모두 공감해 줬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대공장노조들은 조합원들의 정서를 이유로 아직까지 하청노동자 직가입도, 산별노조 전환도 요원한 일이라고 말한다. 힘없는 작은 부품업체 노조들의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공동 반란’이 더욱 소중히 여겨지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기사입력시간 : 2004.08.12 12:52:09  ⓒ매일노동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