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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교통 택시노동자 조경식씨 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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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탄압 중단, 부가세 지급 요구

또 한 명의 노동자가 분신했다.

정오교통 소속 택시노동자인 조경식씨(45)는 7일 오후 4시부터 민주택시연맹 주최로 국세청 앞 광화문 열린시민마당에서 열린 ‘택시회사 부가가치세 부실운영 국세청 규탄대회’에 참가했다가 대회 진행 도중 ‘노동탄압 중단하라’, ‘부가세 경감분 지급하라’고 외치며 분신했다.

▲ ⓒ 매일노동뉴스 마영선
조씨는 부가세 감면분을 탈루ㆍ탈세하는 택시회사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촉구하는 집회 도중 갑자기 연단 위에 뛰어올라 미리 시너를 뿌린 몸에 불을 붙였다. 정오교통분회 간부를 지낸 조씨는 분신 당시 택시운전자 처우개선 촉구, 정오교통 노조에 대한 사측의 탄압중단, 택시회사의 부가세 감면액 부당사용 중단 등을 담은 내용의 자필 유서 10여장을 현장에 뿌렸다.

민주택시연맹 김성한 정책국장은 “오후 4시 집회 시작에 앞서 구수영 위원장 등 집행부 4명이 국세청을 방문한 뒤 집회가 열리고 있던 열린시민마당으로 돌아와 방문결과를 보고하려던 중 조씨가 갑자기 분신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유서 외에도 불에 그을린 가방과 다이어리, 임금명세서와 노조 활동과정에서 모은 것으로 보이는 각종 서류 등이 발견됐다.

조씨는 분신 직후 강북성심병원으로 긴급후송 돼 응급치료 후 3도 화상 판정을 받아 다시 화상전문병원인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됐고, 9일 낮 12시 기관지 내시경 검사와 조직검사를 마쳤으나 전신 49% 화상을 입어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는 “정확한 검사결과가 나와야겠지만 화기가 기도로 들어간 것이 확인돼 기계호흡을 해야 할 것”이라며 “조씨의 생명에 대해 확답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집회는 지난 95년부터 시행된 택시부가세 50% 경감조치 이후 감면분을 운전자 처우개선에 쓰도록 한 입법취지를 외면해온 택시사업주와 이를 방치한 국세청을 규탄하기 위해 광화문 국세청 앞과 전국 13개 도청, 시청 앞에서 진행됐다.

마영선 기자(leftsun@labornews.co.kr)

ⓒ매일노동뉴스 2004.05.10 11:47:19

노조활동 열심, 성실ㆍ유쾌했던 조경식씨
“며칠 전 형이랑 교대를 하는데 뜬금없이 형이 ‘내가 죽으면 우리 회사가 좀 나아질까’라고 말하기에 무슨 농담을 그리 하느냐며 타박을 줬었는데….”
▲ 조경식씨.
조경식씨와 맞교대를 하는 동료 홍성덕씨. 7일 오후 9시께 분신 소식을 듣자마자 한강성심병원으로 달려왔다. 평소 농담도 잘하고 정이 많아 동료들과 잘 어울렸던 조씨이기에 이번 분신이 동료들에게 쉽게 믿겨지지 않는 듯 보였다.

98년 7월 서울 정오교통에 입사해 노조 분회에서 올해 3월까지 대의원, 협의위원, 교섭위원, 징계위원, 문화체육부장 등을 맡았던 조씨는 노조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고 주위 동료들은 입을 모았다.

정오교통 방남철 분회장은 “올 3월로 조합간부 활동이 끝났지만 평조합원으로서 조경식씨는 무척 열심이었다”며 “그리고 지난 2002년 5월, 72일간 긴 파업 속에서 우리가 지치지 않고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조씨가 웃음을 잃지 않고 조합원들의 식사를 담당해 주는 등 파업일상을 챙겼기 때문”이라며 조씨를 떠올렸다.

자신의 핸드폰에 자신의 집 전화번호 이름을 ‘청와대’로 입력할 만큼 유쾌했고 일하는데도 성실했던 그의 분신이 주변사람들에게 쉽사리 납득되지는 않지만 그의 유서에는 분명 이렇게 적혀 있었다.

“노동자들이여 진정한 노동운동은 말로 아닌 몸소 실천만 해야 우리의 권익을 빼앗기지 않고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8일 열린 정오교통 비상임시총회에서 만난 조합원들은 총회 내내 조씨의 분신 사실을 상기하며 조씨가 유서에 남겼던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총파업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마영선 기자(leftsun@labornews.co.kr)

ⓒ매일노동뉴스 2004.05.10 11:11:06